"스스로 깨달아야지."
기계 장치의 심장
나인
Nein
27세 · 루이니아 · 178cm · 61kg · 12월 24일
✦성격
최악의 길을 걷고 있어도 최선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국가의 인질이 되어 무기를 생산해낸다는 것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단번에 무너질 만한 구석이 있다.
✦기타
1.
어릴 때는 국가에 인생을 바치는 것이 명예로워 보였다. 티비에서는 국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고, 학교에서는 명예로운 군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쳤다. 텔레비전에 나온 탱크를 아버지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아버지는 국가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병기학의 권위자였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들은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생마저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았다. 그래서인지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서,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괴로움에 몸부림쳤으며, 결국 어머니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기까지 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아버지가 한심해 보였다. 그만두면 되는 일 아닌가.
2.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서,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그의 곁을 떠났다.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주변에는 나 하나만 남았다.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방의 벽면에는 우리의 가족사진 대신 복잡한 설계도면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방의 네 면을 차지했음에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작은 글씨와 도표, 복잡한 스케치들로 빈틈이 없었다. 방에 들어섰을 때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설계도가 완성되었을 때, 아버지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건 사람을 몇 명까지 죽일 수 있느냐 따위를 따질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고, 온 세상을 무(無)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인류 말살 병기의 설계도는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것의 실체를 찢고 불태웠음에도 머릿속에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다.
3.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정부에서는 아들인 나를 아버지의 빈자리에 앉혔다. 좀 더 뛰어난, 더 많은 사람을, 어쩌면 국가 단위의 것들을 파괴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했다. 아버지가 만들어냈으나 내가 은폐해 버린 것과 같이 말이다.
그건 내가 앉을지 앉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 나의 자리로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도망치지 않는 아버지를 한심하게 여겼건만, 같은 신세가 되었다. 국가의 기밀을 다루게 된 이상 이곳을 벗어나는 건 죽어서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살아남기 위해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죽여왔다. 그리고 나도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아버지와 나는 어떠한 형벌로도 그 죄를 씻을 수 없는 죄인이다. 하지만 나는 이 굴레를 끊어야 할 것이다. 이 이상 죄를 지을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죄를 물려줄 수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