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지 마십시오."
썩은 선악과
카리온 아데니움
Carion Adenium
26세 · 영국 · 179cm · 63kg · 6월6일생
에덴의 사이비 교주
자신을 떠받드는 종교의 창시자. 역방향의 매달린 사람. 반전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의 신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은 내세울 것도, 힘도 없는 주제에 자만하는 머저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힘(흔히 빽이라고 하는, 그런 것들요.)을 위해 그는 정말 노력했거든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람의 입을 타고 유명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을 저주하는 신도가 있다면 제 손으로 죽였고, 타인의 물건을 가지고 싶어하는 신도가 있다면 사람을 시켜 빼앗아 그에게 건넸습니다. 누구를 살려달라는 부탁은 제 능력 밖이라 못 들어준 것 같지만요.
에덴의 자리까지만 오르면, 재능인이라고 인정만 받으면! 내 사람들도 위험해지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자들이 내 그늘 밑으로 모이고 더 모여서 비로소… …
나도 진짜 신이 될 수 있겠지, 하고...
오랜 기간 신뢰받지 못해 빛이 사라지면 남은 것은 볼품없는 인간입니다. 눈을 뜨고 다시 봅시다. 그는 전처럼 찬란해 보입니까?
✦성격
뻔뻔한, 호의적, 낙천적,
:: 자기중심적, 비틀린 박애주의 ::
“신이 사람을 만드나요? 아뇨, 사람이 신을 만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겠습니까. 도대체,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나요?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 갈 곳 없는 믿음을 받아줄 쓰레기통이 아닙니까?”
사람은 여유로울 때 다정하고, 우위에 섰을 때 자비롭기 마련입니다. 여유롭지 않으면 다정도 자비도 없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은 온 세상 사람들이 알고, 머리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죠. 친절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는 여유로움을 과시합니다. 속으로는 엄청 쫄아있을 텐데요!
그는 사람이 죽을 때 진심으로 슬퍼합니다. 자신의 예비 신도가 한 명 사라지는 꼴이잖아요. 그는 온 마음을 다해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그만큼 자기 자신도 사랑합니다. 사실 카리온은 착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교만에서 우러나오는 자비를 박애라고 착각합니다. 기꺼이 당신들의 우상이 되고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줍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약점도 잡게 되고 그러는걸요. 당신들을 사랑하지만, 행복까지 바란 적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거짓된 선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아무리 다정하고 자비롭다 해도 그가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저질러온 악행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악인인 것은 불변하는 사실입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의미가 생기면 안 되는 언행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계속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방어기제입니다. 타인의 사랑은 질리도록 받았으니 한 두명 떠나가는 것 정도야 신경쓸 일도 아닙니다. 모두를 사랑한다면서 정작 마음 속에 소중한 사람 하나 두지 않습니다. 가족조차도요.
아마 그의 신도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카리온의 끔찍한 최후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본인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았기에 필사적으로 에덴이라는 글자 밑에 숨은 것입니다.
특별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바람은 반절 이뤘지요. 하지만 신도들이 없으면 제게 남은 건 조금 잘 굴러가는 혀밖에 없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합니다.
“숨기는 것이라곤 없는데 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걸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야 당신은 항상 수상하게 굴잖아요.”
“네에… ...”
-인터뷰 中
✦기타
언변이 뛰어나다니, 전혀요.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입니다. 그의 입에는 이상한 힘이 있습니다.
믿음을 받았다면 돌려주는 것이 도리라고들 하던가요. 어떤 사람이 그의 말을 조금이라도 믿기 시작한다면, 머릿속으로 곱씹을 때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나중에는 완전히 그의 말을 진짜마냥 신뢰하게 됩니다. 아마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고 따를 겁니다.
반대로, 자신의 말을 처음부터 믿지 않으면 효과도 없습니다. 정신을 파고드는 종류의 힘이라서 마음이 강한 사람에겐 통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람더러 지금 당장 자살하라고 꼬드기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뒤돌아 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못박아도 좋을 만큼 어려운 것입니다.
정말로 이게 다입니다. 무언가 굉장한 힘이라도 가진 것 같이 굴지만, 막상 뜯어보면 별 볼 일 없는 인간입니다. 가지고 있는 힘마저 사람에 휘둘리는 것이라 근처에 아무도 없다면 카리온도 평범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신도 사이에 섞여있기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이상하게 자신에게 믿음을 구하는 사람들이 한둘은 꼭 있었습니다. 최근에 혈육을 잃은 옆집 이웃은 자신을 보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터뜨리질 않나,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같은 반 아이는 언제부턴가 자기를 무슨 신이라도 마주한 듯 바라보질 않나… 하여튼 여러 의미로 사랑받고 자랐던 것 같습니다.
말에 담긴 힘을 알아차리게 된 건 열댓 살 즈음일 겁니다. 그는 그 때 깨달았습니다. 난 여기서 공부나 하고 있을 그릇이 아니었어! 내게 이런 힘을 부여한 것이 혹시 신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를 믿을 사람들을 모으는 게 내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허구의 종교는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누굴 믿어야 할까요? 세상에 높으신 분은 많잖아요. 신이란 신은 있는 대로 믿어보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달력이 넘어가고 뇌가 자랄수록 이 사람들이 숭배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신의 대리인은 아무래도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가상의 신을 믿고 있지만 내 곁의 이 사람들은 나 자체를 믿고 있는데 나는 신이라고 불리어 마땅한 존재가 아닌가? 아주 멍청한 생각입니다. 카리온은 자신을 사랑해서 그딴 멍청한 생각도 받아들였습니다.
잠깐의 연설로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홀릴 수는 없으나 머릿속에 자신의 말을 심어둘 수는 있습니다. 나약한 사람들은 아마 자꾸만 자기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되새기고 되새기다, 몇 시간 뒤엔 진짜마냥 믿게 될 것입니다. 다음 날엔 자신에게 상담이라도 하러 일제히 찾아올 거고요. 모든 것은 너무나 뻔하게 흘러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카리온입니다.
그는 자신의 신도를 늘리기 위해 투어 초대에 응했습니다. 카리온의 낙원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바로 신도들의 곁입니다. 그는 낙원을 찾고 싶은 게 아니라 넓히려는 것입니다. 에덴들을, 세계적인 유명인들을(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신도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요?
이야~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더니, 정말이군요!
진심으로 착하게 살았던 적은 별로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