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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이건 우리에게 도래할 재앙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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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시를 노래하는 예언가

카타스트로피

Catastrophe

24세 · 영국 · 151cm · 40kg · 6월6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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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예언가

★☆☆☆☆

예견된 재앙이 세상에 알려지면 분명 혼란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아르카디아는 그의 재능을 은폐할 필요가 있었다. 모든 건 인류를 위해서.

 Prophecy :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말함

 

세상에 모든 악질적인 문장을 한데 모아 만든 선율. 재앙, 죽음, 비극… 그는 그런 것들을 노래하였다. 그런 것들을 예언하였다. 그의 노래는 이미 단순한 음악의 범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정신없는 전자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다름 아닌 미래에 일어날 현실이었다.

자극적인 곡조를 서슴없이 내지르는 무명의 락커가 사실 '예언가'임을 알아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거기에 그의 괴짜스런 행실은 재능의 신빙성을 낮추는 데 한몫할 것이다. 통찰력이 뛰어나, 혹은 정말 어쩌다가 '가사의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라는 걸 눈치챈다고 해도… 설마, 진짜 미래를 예견한 걸까 봐. 우연의 일치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일 테지. 다만 아르카디아가 그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던 이유는, 글쎄. 세계정부가 그만큼 뛰어나서? 어쩌면 필연 따위 일지도 모른다.

카타스트로피의 예언은 아마도 몇 가지 규칙을 가진다. ―경험에서 나온 추측. '아마도'인 이유는, 이건 결국 인간의 결론이지 않은가.

첫째,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영감으로 미래를 읽게 된다. 영감이란,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그리고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 어느 쪽으로도 볼 수 있기에 어느 쪽으로도 정의내릴 수 없다. 의지와 별개로 인식되는 깨달음이자, 결코 피할 수 없는 정보라는 점. 그것만이 진리에 속하였다.

둘째, 규모를 가리지 않고 불우한 현상만 알 수 있다. 사소한 불행을 시작으로 인간의 죽음은 물론, 작은 사건사고부터 커다란 자연재해까지. 미리 들여본 상황이 무수히 많음에도. 그는 긍정적인 미래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셋째, 예언가는 이뤄진 예언을 무조건 마주한다. 예언된 미래기에 마주하는 걸까, 마주할 미래기에 예언되는 걸까. 인과 관계가 불확실한 와중에 하나 명확한 것은 예언의 실체가 지금까지 모두 그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눈앞에서 일어나거나, 언론을 통해 접하거나, 입을 타고 들려오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원치 않아도 그는 자연스레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넷째, 미래는 절대 불변이다. 과정이 될 만한 모든 것을 배제해도 반드시 예언된 결과에 도달한다. …예를 들어 '□□지역이 불바다가 된다.'라는 내용이면, 그곳에 화재가 일어난다는 미래는 절대 바꾸지 못한다. 불이 날 만한 요소를 아예 치우더라도 하늘에서 천둥이 내려쳐 화재가 번질 것이다. 다만 화재의 결과에 대한 예언은 없기에 미리 사람들을 대피 시켜 인명 사고를 줄일 수는 있다… 아르카디아는 이런 방식으로 그의 예언을 활용하였다. 예언된 재앙은 어쩔 수 없지만, 예언되지 않은 피해를 피하도록. 하지만 그런 대처조차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인 거라면? …그건 그들이 감히 알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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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History 

20세, 예언의 시작|평범한 유년기, 평범한 소년기, 평범한 성인식. 20년 동안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아, 물론 사춘기 시절 락에 빠져 일탈을 일삼았고, 그로 인해 크리스천인 부모님과 크게 다투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일상의 굴곡마저 흔히 존재할 법한 종류. 카타스트로피, 그러니까 페크로피 N. 이스마엘은 본래 재능과 연이 없던 사람이다. …모든 건 작곡의 '영감'에서 시작된다. 그는 가끔 밴드White OWL만의 노래 가사를 쓰곤 하였다. 타고난 실력이 없음을 증명하듯 몇 달에 한 문장 적을까 말까 하더지.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딱 그 정도의 취미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기이할 만큼 글이 잘 써지는 게 아닌가. 마치 누군가 안내를 해주듯. 자신의 몸을 빌려 기술하듯. 머리에 저도 모르던 소재가 쏟아져 내렸다. 당시 그의 반응은… … 나는 실은 작곡 천재였던 거구나! 우월감에 어깨가 잔뜩 올라갈 뿐이었다. 그게 '예언'이란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로.

21세, 예언의 자각|예언을 깨닫는 건 예언가의 피할 수 없는 사명이다. 그건 페크로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 해는 유독 주변에 사건사고가 많았고, 불우한 소식을 질리도록 들려오던 날이었다. 그에 맞게 예언가의 영감은 무척 활발하게 돌아갔지. 문득 1년간 쌓인 종이―작곡이라는 이름의 예언이 기록된 것 를 되짚으며 의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써 내린 것은 예언이구나. 그를 자각함과 동시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종교의 말을 빌려서, 신의 선택을 받은 계시자… 그런 자리에 선 기분. 그는 예언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며 특별함에 기대를 품었다. 그래, 좀 더 파격적인 예언이 나오기까지 계속 노래하자. 적당한 시기를 봐서 내 능력을 밝히면 얼마나 대단할까!  … …다만 이때의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21세, 예언의 무게|예언을 대하는 시각이 완전히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다. 『 상공에서 거대한 불빛이 떨어짐과 함께 죄 많은 생물의 살과 뼈가 뭉개져 바다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 그들을 하나하나 헤아리기엔 한낱 지나가다 밟은 개미를 다 알 수 없는 법일지니. 다만 너와 피로 이어진 것의 죽음을 외면치 말도록 하라. 』 그런 미래가 들려온 것이다. 그의 영감은 상당히 비유적이지만, 스스로 어렵지 않게 내용을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예언된 것은, 다름 아닌 '양친의 사망'. 마침 두 분 다 해외로 여행을 가신 참이다. 돌아올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할 운명임을 눈치채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가족은 가족이던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처음 느끼는 예언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막아야 한다. 오직 그 생각 하나로 며칠을 꼬박 고민한 결과, 그는 몇 년 만에 부모님께 연락을 넣었다. 간곡히 부탁하여 입국 날짜를 앞당겼다. 미리 계획된 일정을 바꾸면 예언이 빗나가겠거니. 끝내 안일한 바람이 되었음에도. 앞당긴 날짜의 기후가 급격히 나빠지더니 비행기가 지연되기까지 이른다. 결국 그들은 본래 계획된 날에 비행기를 탑승하고… 이어질 이야기는 예언된 그대로. 안타까운 사고였지. 멀쩡한 비행기가 갑자기 추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 하지만 예언가만은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배신감이었다. 이윽고 슬픔도, 허탈함도 전부 집어 삼킬 만큼 분노하였다. 순순히 인정할 수 없다. 예언을 가만히 보고만 있고 싶지 않다! 그날 이후 이를 갈며 '반항'을 시도했다. 어떻게든 예언이 틀리게 만드리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미래는 절대 불변이다. 운명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시도의 실패를 겪은 후에 생겨난 감정은 공포였다.

22세, 예언의 타락|지독한 무력감에 정신이 점차 마모되어 모든 걸 차단하고 집에 틀어박힌 시기. 차라리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으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것을 바랐지만 소용없었다. 예언은 끝도 없었고, 미래는 절대적으로 들려왔다. 같은 생활이 몇 달째 이어지자…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이겨낼 수 없는 참혹한 예언. 이런 잔인한 영감을 주는 것이 신성한 존재일 리가 없다.

그래, 이건 악마의 것이다.

그에게 느껴야 할 것은 자부심, 기대, 배신감, 분노, 공포 그 무엇도 아니다. 단지 받아들여야 한다.

신의 계시를 받드는 선지자와 같이. 악마의 계시를 받은 나는… …

악마를 따라야 한다.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이 났다. 더 이상 도망치지도, 두려워하지도, 미련을 가지지도 않기로 하였다. 바꾸지 못할 재앙이라면 그 자체를 즐기면 될 문제였다. 모든 마음 문을 닫으면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이런 결론이 날 운명이었을까. 지나간 시간이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자신의 해답에 도달하니, 어쩐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타락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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