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좀 더 네 사랑을 나눠줘!"
어둠을 무서워하는 상어
고 너울
go wave
20세 · 한국 · 177cm · 63kg ·6월 25일
✦성격
애정결핍_사랑을 사랑하는_쉽게 정을 붙이지 않는_의지를 하지 않는_계산적인_집착하는_관종
너울은 사랑을 동경했다. 살면서 빛나는 것들은 모두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받은 것들은 모두 빛이 났으니 어쩌면 너울은 빛나는 것들에 홀린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쨌든 너울은 사랑을 동경했다. 자신 역시 빛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러나 한평생 사랑을 맛보지 못한 아이가 어찌 사랑받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너울은 눈이 머는 줄도 모르고 계속 빛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울은 편식을 하지 않았다. 배를 곯아도 집안에서 누구 하나 신경 써주지 않았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절부터 주는 음식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는 했다. 삼시세끼 밥이라도 챙겨주는 것에 감사했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울에게 사랑이란 타인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 크기가 크든, 작든 신경 쓰지 않았다. 마주치면 인사해주는 것,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나 이따금씩 웃어주는 것.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째려보거나, 뒷담을 까거나 괴롭히는 것까지. 그런 모든 것들이 너울에게는 사랑으로 보였다. 너울은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관심을 사랑했다.
사랑을 사랑하면서 우습게도 너울은 타인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겨우 받은 사랑을 타인에게 나눠줄 정도로 마음이 넓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랴. 사랑을 받으면서도 신뢰하지 않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위의 사랑을 자신이 연기한 대가으로 생각했으며 자신을 빛내는 연료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자신의 가면이, 빛이 사그라들면 전부 떠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오로지 주는 사랑만을 사랑하여 떠나가는 사람을 잡을지 언정 매달리지 않았다. 잡는 손길에 미련도, 아쉬움도 전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녔기에 그의 회유에 넘어가는 사람 역시 드물었다. 애초에 떠나는 사람들은 그의 이상함을 눈치챈 사람들이었다.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뭐든지 혼자 해결하고 보는 사람이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과하게 해를 봐도 그리 행동했다.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의지하면 그 사람을 기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훗날 자신을 떠나가면 다시는 일어서질 못할 정도로 무너질 것이라고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히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자신은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휘청이지 않아야 했기에 기대지 않았다. 너울의 친구들은 괜찮았을지라도 연인들이 오래가지 못한 것이 이런 이유였다. 그의 연인들은 너울과 연애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그에게 꼭 필요한 사람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 사랑하긴 해? 당연히 결론은 아니었다. 자신을 좀 더 믿고 의지해달라고 호소해도 돌아오는 건 미안하다는 듯한 웃음과 자신이 좀 더 잘하겠다는 말뿐. 눈치가 있는 이였다면 그의 잘하겠다는 말은 자신을 의지하겠다는 소리가 아닌 그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좀 더 잘 연기하겠다는 뜻임을 알 수 있었다.
책임을 지는 것을 꺼려했다. 지극히 헌신적인 너울은 우습게도 회피 성향이 강했다. 때문에 관심을 원하면서도 정작 모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대가가 큰 자리는 꺼려했다. 가령 학창 시절의 조별과제에서는 발표를 맡기보다는 자료 조사나 피피티 제작을, 학급이나 학생회장 대신에 조금 시끄럽고 웃긴 친구 역할을 선호했다. 왜? 나는 사랑만 받고 싶지, 귀찮은 일까지 하고 싶은 것이 아닌걸. 지금 내 앞가림만으로 난 충분히 벅차. 정말 관심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는 도망치기에 바쁜 이였다. 그런 자리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자리를 맡으면 겨우 유지하는 모습도 감당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사랑은 받고 싶었으나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허술한 면이 드러나 민낯이 샅샅이 벗겨질 것만 같았다.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을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받으나 책임까지 지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향하는 사랑에 끊임없이 집착했다. 별거 없는 관심 하나라도 본인에게는 달디 단 사탕 같은 건지, 그 작은 것 하나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떠나간 것에 미련을 두지 않으면서도 하나씩 떠나갈 때마다 남아있던 것들을 더욱더 꽉 잡고는 했다. 누나, 누나는 내가 어떻든 사랑해줄 거지? 당연하지, 넌 내 하나뿐인 동생일걸. 5살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낮은 자존감 역시 한몫했다. 밝고 귀여운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사실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타인이 알게 된다면 필시 떠나가리라. 허상으로 모은 사랑이 허상임을 알게 될 때 사라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으니. 누군가 너울과 멀어질 때마다 너울은 자신이 만들어낸 '언제나 밝고 귀여운 너울'의 모습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는 했다.
✦기타
호불호
LIKE 자기 계발이나 심리학 분야의 서적_해양생물_핑크색_습한 날씨_비_가람
HATE 로맨스 or 시대극_민트초코_무관심_침묵_부모
가족관계
너울의 부모는 사랑으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왜 결혼을 했는지, 부모랑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너울은 그것을 알 턱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부친은 결혼 전에 사랑하던 연인이 있었는데, 너울의 부모가 결혼하기 1년 전에 돌연 모습을 감췄다. 끝내 제 연인을 찾지 못한 너울의 부친은 너울이 태어나고 3살 되던 해에 제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된다. 부친의 집안에서 그의 연인을 그리 달갑지 않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압박을 넣어 해외 유학을 보낸다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보냈던 것이다. 이제 결혼도 했으니 안심하고 다시 돌려보낸 것이 화끈이었다. 부친은 다시 연인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인에게 자신의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홀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랑도 뭣도 없었던 결혼이기에 너울의 모친은 부친의 태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으나, 곧 부친이 몰래 전 연인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좋은 기회를 너울의 모친이 놓칠 필요가 있는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이혼을 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이를 데려가는 대신 부친이 살던 집을 나가기로 했고, 곧 집안에는 너울과 그의 모친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너울을 방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엄마 역할을 해주었지만, 너울의 존재는 자신이 새 출발 하기에 너무나도 방해되는 존재였다. 때문에 너울이 5살 되던 해에 부친에게 보냈지만 당연하게도 환영받지 못한 이였다. 전처였던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것이 새엄마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었으니. 불행 중 다행으로 수년간 방치되었던 너울이었기에 혼자서도 충분히 제 앞가림을 잘 해냈다는 점일 것이다. 너울은 혼자서,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는 누나의 도움도 조금씩 받으면서, 고등학교 막바지에는 그마저도 떠나갔지만 오히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느끼고 있다.
과거사
어린 날의 자신은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자신은 왜 태어났는가.
태어나고부터의 5년 간의 삶은 어떠하였는가. 단조로웠던 5년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5살 이후의 삶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고 묻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부친의 바람, 부모의 이혼, 자신을 데려가는 모친의 표정은 어땠는지, 그것도 역시 단조로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지 처음으로 맞잡은 손이 그리 따스하지 않았다는 것뿐. 그리 3년을 더 살았던 것 같다.
"거슬려, 그러니까 네가 데리고 가. 누가 봐도 네 자식이잖아."
높게 묶은 양갈래에, 단정한 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 반짝이는 검정 구두. 꼬질한 자신과는 정반대의 사람이었지만 어떻게 봐도 자신과 닮은 얼굴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앞의 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날 여름의 향, 더위, 표정 따위는 모두 기억하면서 우습게도 빛을 머금고 있던 눈동자가 찌푸려지면서 내뱉은 말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쨌든 첫 만남은 노골적인 미움이 담긴 만남이었다. 난데없는 미움은,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당시의 특별함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친하게 지내라, 네 누나다."
고가람, 1살 연상의 누나. 누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할만한 아이가 자신을 보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의, 그리고 누나의 부친의 손을 잡고 칭얼거린다. 그러면 부친은 그런 누나를 웃으면서 달래주었다. 억지로 떠맡게 된 귀찮은 짐을 바라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눈빛에 그날 처음으로 누나를 부러워했다. 복슬거리는 머릴 자르고, 크게 입어 너덜거리는 옷을 새 옷으로 바꿨다. 비루한 차림이 순식간에 달라지니 허무맹랑한 생각임을 알면서도 가람처럼 될 수 있을까 하고 가슴 한편에 기대를 품었다. 같은 학교, 같은 외모, 같은 집안. 서로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붙어있어야 할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가람의 미움도, 자신의 기대도 변질되는 건, 마치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한평생 좋은 것만 보고 자란 가람은 사람을 미워할 줄도 몰랐다. 자신에게 일상이었던 무관심이, 그 총명한 눈에는 안타깝고 불쌍한 것으로 보여졌을 테니. 그러니, 마냥 미워하는 눈빛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정으로 변했겠지. 잡을 일 없던 고사리 같은 손이 제 손을 맞잡는 날이 많아지면서, 애석하게도 자신의 기대는 점차 시들어갔다. 새겨두라는 듯이 보여지는 다름에, 껍데기가 같다고 알맹이 역시 같진 않다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어린 날의 오만이 눈을 가렸다. 세상 자체가 다른데, 어찌 같아질 수가 있겠나.
"너, 그러니까 아무도 널 안 좋아하지."
"내가 뭘."
"얼굴만 귀여우면 뭐해. 성격은 드럽고 쪼잔한데. 너 그러면 평생 사랑 못 받아. 멍청아!"
그리 얄밉게 자신을 노려보는 사람은, 정말 온 세상에게 사랑받는 듯한 사람이었기에 멍청하게도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누나는 자신을 마치 애착 인형인 듯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음에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그러니 뒤틀린 나는 누나의 말을 과대 해석을 하고, 예민하게 굴고, 그러면서도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나가 떠나갈까 봐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서로가 서로를 답답하다고 생각한 나날은 사실 그리 길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12살의 여름에서 막을 내렸다. 유독 습하고 열기가 강한 그 날에, 나는 무슨 오기인지 누나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나와 거리를 두었다. 그러면서도 누나를,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을 집요하게 관찰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가 아니니, 사랑을 받을수록 누나의 말을 입증하는 것뿐일 텐데. 그러면서도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그래, 12살 여름의 더위를 너무 강하게 먹을 탓이다.
"봐, 다들 날 좋아해."
"그건 네가 아니잖아."
좁디좁은 세상에 누나 한 명만 있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주변에 사람이 끊기질 않았다. 내가 웃으면 그들도 웃어주고, 내가 인사하면 그들도 인사해주곤 했다. 그리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고서야 다시 누나를 찾아갔다. 보란 듯이 말했던 것 같다. 떨떠름한 표정에 무엇을 느꼈더라, 통쾌함? 그리고 내뱉은 말은 무엇이었지. 아아, 그리고 누나는 나를 부정했다. 열심히 만든 모래성이 바닷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누나가 내뱉은 한마디에,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서, 그래서 조금 화가 났던 것 같다. 네가 무어라고, 그리 나를 무시하는 건지. 그러면서도 또다시 아무 말하지 못한 것이 분했다. 그러니, 멀어진 거리가 다시 가까워지지 못했다.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를 16살의 겨울까지 유지했다. 누나는 누나대로, 나는 나대로. 결국엔 다시 손을 맞잡아주는 것도 누나였다. 그러면 나는 또 추하게 머뭇거리는 자신과 달리 망설임 없는 누나의 모습에 열등감을 품고, 또 그런 자신에 혐오감에 빠지고.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어리석은 자신은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나를 위해 네 것을 포기하진 말아."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었다. 깊은 심해에서 아등바등 올라가 봐야 처음 보는 태양에 눈이 멀뿐 푸르른 하늘을 두 눈 크게 뜨고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같은 사랑이라도 다른 것이었다. 사랑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다시 돌아보니 그저 찰나의 관심이었을 뿐이었다. 바닷물에 바스라지는 모래. 결국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사랑은 그것뿐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누나에게 돌아가려 했다. 사랑의 형태가 미움일지라도, 혹은 동정일지라도 결국은 사랑이었으니까. 다만 멍청한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상황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멋대로 잡은 손을 놓은 것도 누나였다. 아프다고 하였다.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을 한국에서 받을 수 없다고 그랬다. 결국 남은 건 저 혼자였기에 매달렸다. 그럼에도 누나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좁은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었는데, 누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더란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모습에 자신 때문에 정든 곳을 떠나가지 않길 바랬다. 그러면서도 영악하게 자신이 온전히 낫고 돌아올 곳이 필요하니, 남아서 훗날 돌아올 때 반겨줄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내 손을 잡았다. 3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멍청한 나는 계속 기회를 떠나보내기만 했다.
그 외
8살 때 "얼굴만 귀엽다"라는 말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는지 그 후로부터 귀엽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자뻑의 원흉은 다름 아닌 가람.
나름 사랑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도 있는 듯하다. 중학생 시절 10페이지로 써서 가람에게 보여줬더니 가람이 별 미친놈을 다 봤다면서 내던졌다.
편지는 모아서 가람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 보라며 서랍에 하나하나 보관하고 있다.